전시취지

예술과 인간을 사랑한 피카소

“어머니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군인이라면 장군이, 수도사라면 교황이 될거야.’ 하지만 나는 화가가 되었고, 피카소가 되었다.”

피카소는 왜 ‘화가가 되었다’면서 ‘피카소가 되었다’고 말했을까? 군인에게 장군처럼, 수도사에게 교황처럼, 최고의 화가가 되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성취와는 별도로 인간의 가치 또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인간의 가치에 대해 이런 말도 했다. “너는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가? 너는 경이로운 존재이며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세월이 지나가더라도, 너와 똑같은 아이는 결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피카소를 위대한 화가로 꼽는 이유는 그가 현대 미술의 개척자였다는 사실 외에 인간의 고귀함에 주목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예술을 사랑한 만큼 인간을 사랑했다. 

2021년 5월1일부터 8월29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리는 ‘파블로 피카소 전’은 그의 예술 여정 60년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있는 드문 기회라는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인간을 사랑한 ‘휴머니스트 피카소’이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한국에서의 학살(1951)’이다. 이를 포함해 ‘게르니카(1937)’ ‘전쟁과평화(1951)’ ‘평화의신전(1954)’ 등의 작품에서 피카소는 평화와 인류애를 일관되게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한국에서의 학살’은 피카소의 작품 활동에서 차지하는 예술적 가치와 함께 피카소의 평화에의 소신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담은 수작이다.

작품은 관객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열린 여러 번의 피카소 전시들은 피카소라는 이름에 치중한 나머지 전시 구성에서 특별한 의미나 메시지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관람객들도 피카소의 유화나 드로잉, 판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는 감동이나 여운을 얻기 힘들었다. 

이번 전시는 ‘작품은 관객과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술은 보편성과 개별성을 동시에 지닌다. 작품은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관객들을 만나느냐에 따라 감동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에서의 학살’은 한국 관객들에게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이란 큰 격랑의 파고를 겪은 뒤 마련되는 첫 대규모 전시이면서 피카소를 연대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에 따라 전시 기획부터 전시장 디자인 등이 새로운 방식으로 차별화된다. 그 목적이 작품과 관객의 시선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과거의 전시가 피카소 작품을 일방적으로 나열하고 관객들이 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작품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통해 피카소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예술적 영감과 자신감, 창의력과 열정 등을 공감하고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둔다. 특히 전 연령대가 관람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어린이들이나 피카소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난해하고 낯선 피카소가 아닌 친근하고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피카소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된다.

종전의 전시가 ‘보는 전시’였다면, 이번 파블로 피카소 전은 ‘보고 느끼고 여운이 남는 전시’로 구성된다.